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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 아카데미 중국어 번역과정이 새롭게 단장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영상콘텐츠 시장의 열기를 적극 반영해, 수강생이 출판번역과 영상번역을 고루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커리큘럼에 변화를 준 것. 강사진으로 베테랑 임선애 영상번역가가 합류했다. 영드, 일드도 아닌 중드에 홀릭했다는 그녀에게 중국어 영상번역의 이모저모를 들었다.
 
인터뷰/글 이명은
 
오늘은 무슨 작업을 하고 계셨어요?
요즘 번역은 손을 좀 놓고 있어요. 계속 못 쉬다가 겨우 휴가를 얻었죠. 프리랜서는 언제 쉬고 언제 일할지 알 수 없거든요. 놀 수 있을 때 열심히 놀아야 해요.
 
그러셨구나. 실은 영상번역가의 하루 일과가 궁금했거든요. (웃음)
전 카페나 사무실보단 집에서 일하는 편이에요. 보통 밤에 번역을 하고 낮엔 자죠. 건강 생각해서 패턴을 바꾸려고 하는데, 일이 몰리면 영락없이 밤낮이 바뀌어요. 작업량은, 작품에 따라 다른데 보통 하루에 45분짜리 한 편을 번역해요. 초벌 번역을 따로 하진 않아요. 처음부터 오탈자까지 검토하면서 대본을 완성해요. 작업할 때 켜 두는 사이트는 네이버,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 중국어 사전, 한글사전, 우리말 배움터 정도. 한글 관련 사이트를 많이 참조해요. 번역에는 중국어보다 한국어 실력이 중요하거든요. 자막을 읽는 대상이 한국인이니까요.
 
주로 드라마를 번역하셨죠.
드라마가 일감이 제일 많아요. 제가 워낙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대학 땐 취미로 직접 한글자막 입혀서 카페에 공유하고 그랬어요. <소십일랑>이라고 대도둑과 절세미녀의 사랑을 그린 사극이었죠. 요즘은 저작권 문제로 아마추어 번역활동이 활발하진 않지만. 제 번역을 통해 좋은 작품이 알려지는 게 기뻤던 것 같아요.
 
맨 처음 번역한 작품 기억나세요?
그럼요. 정식으로 번역료를 받은 작품은 <절대은사>라는 중국 드라마에요. 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사이트를 들락거리다가 우연히 영상번역가를 찾는다는 공고를 발견했어요. 테스트를 통과해 첫 일감을 받게 됐죠.
 
영상번역 작업의 어떤 면에 끌리셨나요?
축약. 출판번역은 길이 제한이 없고 필요하면 역주를 달아 내용을 보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영상번역은 짧은 자막 안에 의미를 담아야 해요. 한 줄에 최대 30바이트, 17자만 넣을 수 있죠. 길이에 맞춰 대사를 새롭게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작품과 잘 어우러진 자막을 볼 때 뿌듯함도 그만큼 커요.
 
애정하는 배우가 출연하면 되게 설렐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양조위 목소리에 제가 대사를 입힌다고 생각하면, 어휴, 좋네요.
맞아요. 작품이 재미있거나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면 번역이 더 재밌어져요.
 
번역 작업을 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두는 포인트가 있으세요?
가장 신경 쓰는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영상번역이란 게 거의 구어라서 번역이 부자연스럽게 붙으면 작품 전체 분위기가 망가지거든요.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살려서 대사를 번역하기 쉽지 않겠네요.
중국 드라마는 한 작품이 40회 안팎이에요. 꽤 길죠. 처음부터 모든 등장인물을 파악하고 작업에 들어가긴 사실 어려워요. 그래서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마다 따로 메모를 해 둡니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고 관계가 서로 얽히다보니 호칭과 말투가 처음과 달라지는 실수도 생기거든요. 성격, 나이, 신분 등을 고려해 인물의 말투를 설정하는 것도 번역가의 몫이에요. 작품을 잘 이해하는 게 번역에 많은 도움이 돼요.
 
사투리나 은어, 말장난 섞인 대사도 많죠. 우리식으로 치면 “말이야 막걸리야” 같은.
말장난은 옮기기 참 난감해요. 은어나 사투리처럼 단어 자체가 생소할 때도 많고요. 또 중국 문화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대사도 있어요. 모르는 단어는 중국 검색사이트에서 찾아요. 대부분 해결 가능하죠. 은유적인 표현이나 시 구절 같은 걸 번역할 때는 앞뒤 대사를 보고 뜻을 파악하고요.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 같은 대사는 아무래도 적당한 우리말 표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요. 그럴 땐 따로 메모를 해 두고 잠깐 밀어 놔요. 대신 틈틈이 고민하죠. 밥 먹거나 쉬면서도요. 그러면 결국은 떠오르더라고요.
 
영어 표현이나 관용구는 꽤 익숙해졌어요. 미국식 농담에 웃을 정도로요. 그런데 중국식 표현은 아직 생소한 것 같아요. 성어나 한시로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음,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冲动是妖魔,三思才是王道。 직역하면 “충동은 악마고 심사숙고는 왕도”란 뜻이죠. 하지만 이대로 자막을 달 순 없잖아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라고 보기엔 너무나 어색하니까요. 그래서 “충동은 화를 초래하니 다시 생각해”로 번역했어요. 간결하고 자연스럽되 원문 뜻을 살려주는 게 중요해요.
 
중국 드라마 하면 <꽃보다 남자> 같은 대만 드라마가 먼저 떠올라요. 영화는 <무간도>. 홍콩 느와르죠. 대만이나 홍콩 작품도 번역 의뢰가 들어오나요?
대만, 홍콩 전문 번역가가 따로 있진 않아요. 예를 들어 양조위가 영화에서 광둥어로 대사를 쳐도 자막은 대륙에서 쓰는 보통화로 깔려요. 광둥어는 중국인도 못 알아듣거든요. 우리나라에 수입된 홍콩 드라마나 영화도 보통화로 더빙이 되어 있어요. 중국어 영상번역가는 중화권의 모든 작품을 다 번역할 수 있는 셈이죠.
 
 
사실 제가 중문학를 전공했어요. 실은 드라마 작가 수업도 들었고요. (웃음) 근데 번역에 도전하기는 망설여져요. 번역대학원을 나온 것도 아니고 유학 경험도 짧거든요.
물론 자막과 대본을 이해하는 수준의 중국어 실력은 필수겠죠. 그밖에 학위랄지 유학 경험 등이 처음 일을 구할 때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이쪽 업계는 학력이 화려한 사람보다는 실력 있는 번역가를 선호해요. 특히 영상번역은 일반 번역과 다르게 기술적인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기술적인 노하우요?
영상번역은 일반 문서번역과는 좀 달라요. 우선 작업 프로그램이 있어요. 워드나 한글 말고요, 따로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요. 대사를 어디서 끊을 것인가, 대사가 끝나고 자막이 사라지는 타임코드 아웃점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등도 설정해야 해요. 단순히 문장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이 아닌 거죠. 이런 노하우는 감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어요. 자막 길이에 맞춰 문장을 축약하는 것도 영상번역의 기술적인 면이에요.
 
영상번역가가 꼭 갖추어야 할 자질, 혹은 조건이 있을까요.
번역가의 첫째 조건은 성실함과 책임감이라고 봐요. 마감일을 맞추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아무리 번역 솜씨가 훌륭해도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번역가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초심자가 번역을 키울 수 있는 팁 공유해 주세요.
혼자서라도 샘플 번역을 많이 해 보길 추천합니다. 작년에 개봉한 <20세여, 다시 한 번(重返20岁)>이란 중국 영화가 있어요. 실은 우리나라의 <수상한 그녀> 리메이크작이라서, 거의 모든 상황과 대사가 같아요. 중국 버전으로 번역해 본 뒤에 한국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새해 밝으면 올해의 사자성어, 꼭 뽑잖아요. 영상번역에 첫발을 뗀 초심자를 위한 중국어 한마디 들려주세요.
不怕慢,只怕站。 느린 것을 걱정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걱정하란 뜻이에요.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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