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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글 우예지
 
날이 부쩍 추워졌어요. 이런 날씨에 글꾼이 되려고 첫발을 내디뎠다니. 변변찮은 외투를 입고 나왔는데 칼바람이 부는 것처럼 많이 떨리고 외로울 거라 생각됩니다. 부디 나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발걸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 일감을 어디에서 구하냐고요? 저는 좀 특별한 경우였는데요. 자유기고가 과정 6기를 수강하는 동안 사보기획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9개월쯤 일하다 사정상 그만두었는데, 기사 몇 꼭지를 떼어 주시더군요. 또 글밥 아카데미 김은성 강사님과 동기들에게 알음알음 일을 받았습니다. 블로그를 통한 의뢰도 간간히 있었지만 프리랜서는 지인 소개로 일감을 따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인이 없다고 한숨 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그런 연유로 저는 사보기획사에서 일을 배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유기고가라는 직업 자체가 기자를 그만둔 사람들이 기사를 받아쓰면서 생긴 직업이잖아요. 물론 사보기획사에 들어가면 일은 힘듭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알아가고 인맥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입사장벽이 높은 편이 아니니까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글이라는 도구로 밥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입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회의감이 들 때도 많습니다. 기획의도가 명확한 글을 쓰기 때문에 글 공장에서 일하는 생각이 들죠. 때문에 짧으면 1년, 길게는 3년 안에 자신의 적성이 맞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문학적인 글만 썼다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반대의 경우도 있죠. 글에 대한 깜냥보다는 기획이나 아이디어 측면이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마음 아픈 말이겠지만, 그렇다면 마케팅 같은 다른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게 낫습니다. 그게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겁니다. 자유기고가는 글과 기획력을 모두 가지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도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긴 생명력을 갖고 일하고 싶다면 자기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도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다음(Daum) 브런치에 한 달에 한두 번 에세이를 올립니다. 일상을 보여주고 내 생각에 공감을 받는다는 게 생각보다 기분이 좋더군요. 원고가 모이면 브런치 공모에 도전하여 책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직업이 글꾼이다 보니 문장을 볼 때 날카롭게 분석하는 편입니다. 대문호의 문장을 보면서도 단어와 문법을 꼼꼼히 따지죠. 네이버 툴바를 설치해서 사전 기능을 활용하면 어휘력이 많이 늘어납니다.

지금부터는 마음 얘기를 해볼까요. 프리랜서로 처음 발을 들여놓았으니 많이 두려울 겁니다. 몇 년이 지난 저도 일감이 일주일 이상 끊기면 불안한 걸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그 ‘틈’이 생기는 시간이에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시간인데 스트레스 받으며 우울해하면 내 손해지요. 길게 내다보고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저는 보라매공원을 달리기도 하고 우쿨렐레를 배우거나 나노 블록을 맞춥니다.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도 하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많은 생각을 하는 대신에 툭 던져 보세요. 잘 안 되면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다시 주워오면 그뿐입니다. 저 또한 주저하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는 제 블로그를 보고 성남에 있는 학교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기자나 자유기고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직업 강의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때 아는 형이 말하더군요. “야, 이거 한다고 죽는 거 아냐. 그냥 해보자.” 그렇게 시작한 일들이 제 스펙트럼을 넓혀 주었습니다. 도전하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좋아한다면 시작하라는 겁니다. 잘되면 좋겠지만 녹록지 않아요. 중학생 때였어요. 가족끼리 차를 타고 외갓집에 가는 길이었지요. 논밭이 양옆으로 쭉 늘어진 차창 밖을 내다보니 저절로 감성에 취하더군요. “아버지,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린 마음의 소리였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딱 다섯 글자 말씀하셨죠. “굶어 죽을래?”
저희 아버지 되게 엄하시거든요. 키가 190센티에 100킬로 나가세요. 자수성가하신 분이라 공부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무서워서 당장 소설가를 포기했죠. 그리고 12년이 지났습니다. 전역을 6개월쯤 앞두고 문자로 글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대면으로는 엄두도 안 나더라고요. 술도 한 잔 마시고. 그런데 무슨 생각이셨는지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대신, 책임도 네가 져라.”는 말씀도 함께.
소설을 쓰고 드라마 작가 수업도 들으면서 글을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자유기고가 수업을 듣고 사보기획사를 입사했습니다. 계속 아슬아슬한 경계를 걷고 있었죠. 책임감과 글 사이에서.
입사 후 9개월쯤 지났을까요. 동생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동생이 막 우는 흉내를 내기에 장난인 줄 알고 여자친구를 바꿔줬지요. 그런데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심각해. 받아 봐.” 엄마가 쓰러지셨답니다. 아버지 무릎을 베고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경련이 오셨대요.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눈물이 막 흐르더군요.
어머니는 뇌종양의 일종이셨습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어두컴컴한 저녁, 의사가 우리 가족을 불러놓고 심각하다더라고요. 뇌를 잘라내야 한다고. 앞일은 모른다고. 기억을 잃을 수도, 말을 잃을 수도, 혹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불현듯 분당서울대병원 사보를 담당하던 것이 기억나서 어머니를 그쪽 병원으로 옮겼어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셨지만 전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고.

저는 그런 마음에서 자유기고가를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악바리처럼 일했죠. 그날 써야 하는 기사는 무조건 썼습니다. 신뢰를 쌓았고 좀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자리를 잡았고, 조마조마해 하시던 부모님도 이제 안심하십니다. 요즘 사람들은 글 쓰는 일을 쉽게 보고 시작하려 하기도 합니다. 엄청나게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한 번쯤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지. 소설을 쓰거나 극본을 쓰는 게 아니라도 하고 싶은지. 결정이 섰다면 그다음에는 뒤돌아보지 말고 일단 앞으로 걸어갑시다. 주저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물론 어려울 겁니다. 속상한 일도 많을 겁니다. 어쩌면 이런 걸 왜 시작했을까 후회하고 그만둬 버릴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때는 당신 앞에 다른 길이 마련되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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