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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밝았다. 하필 병신년(丙申年)이라니, 이 특별한 한 해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병신’에 얽힌 많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봤다.
 
백수 병신년이라니. 이중으로 욕을 하는 기분이네. 살면서 만나온 수많은 병신들, 내가 했던 병신 짓들 한 번 속 시원하게 털고 가자.
워킹맘 근데 병신이 어감 좀 세네. 이런 게 나갈 수 있는 거야?
투잡러 좀 그런가. 자체검열해 볼까. 원숭이 해니까 몽키 어때?
차도녀 좋아, 그럼 몽키 같은 사람과 사연을 풀어봅시다!
퇴사자 난 자잘한 것들이 생각나. 친구 생일에 깜짝 파티 해주려고 케이크를 의자에 숨겨놨거든? 근데 내가 잊어버리고 의자에 앉아서 엉덩이로 뭉개버린 거 있지. 카페 알바 했을 때는 샌드위치랑 주스 세트 있었거든. 손님한테 물어봤어. “주스랑 오렌지 주스 중에서 어느 걸로 드시겠어요?”
차도녀 둘이 무슨 차이야?
퇴사자 그니깐. 안 그래도 손님이 묻더라고. “네에, 주스는 오렌지 주스고요,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주스.. 잉!?!?”
투잡러 나 처음 카페 갔을 때 커피를 잘 못 마시니까 가장 작은 컵에 들어있는 거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에스프레소 시켰어. 몇 번이나 종업원이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그걸로 달라 그랬지. 으웩, 사약인 줄 알았네.
퇴사자 일단 잔 들 때 놀라잖아. 빈 잔이야? 에스프레소 시키고 기겁하는 사람들 많이 봤어.
투잡러 그래도 자존심 지키겠다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퇴사자 나 캔모아에서 알바할 때 던킨에서 일하던 버릇이 남아서 “어서 오세요. 던킨입니다.” 맨날 그러니까 점장한테 짤릴 뻔했다.
투잡러 난 항상 반복되는 말을 하니까 말이 한번 꼬이다 보면 수습이 안 돼. 환자 탈의하고 엑스레이 찍잖아.
옷 다 갈아입고 가운만 입고 촬영실에 들어왔는데 “네 그럼 팬티만 입고 다 벗으시고요. 아니 팬티 벗으시고요 아니, 아무것도 벗지 마세요!” 당황하면 말은 빨리 나오는데 뇌는 회전이 안 돼.
퇴사자 맞아 맞아. 알바 끝나고 수업 들으러 가서 교수님께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접시 치우는 게임한다고 퇴근길에 몇 번을 못 내린 적 있는데 노동 끝나고도 노동게임에 빠진 게 어이가 없더라.
차도녀 난 몸개그. 밖에 보려다가 창문에 머리 쨍! 부딪힌 적 있어. 교실에 있던 애들 다 웃고. 와, 청소 당번 누구였는지. 진짜 잘 닦았더라.
워킹맘 공중화장실에서 소사를 치르고 나오는데 막힌 적 있어. 난 정말 아닌데... 나로 오해받을까 봐 너무 부끄러워서 부리나케 후닥닥 나왔어.
백수 진짜 언니 아니야? 하하하. 나는 출근해서 이리저리 막 돌아다니다 점심시간쯤 뭔가 이상한 기분에 밑을 보니까, 신발이 짝짝이더라? 왼쪽에는 까만 단화, 오른쪽은 까만 슬립온. 어떻게 한참을 모르고 있었지?

워킹맘 얘, 넌 애도 안 낳았는데 왜 그런다니. 애 낳아봐. 더한다 더 해.
차도녀 오, 역시 연륜이다. 언니 결혼 전 연애 스토리 좀 풀어봐.
워킹맘 하, 완전 몽키 바나나 까먹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해도 열 오르네. 나도 미쳤지. 완전 찌질의 극치를 달렸던 얘기야.
투잡러 언니 또 물러터지게 굴었지?
워킹맘 야, 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하는데 그걸 어떻게 참고 견디니?
퇴사자 선수한테 걸렸나 보네.
워킹맘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속을 들어갔다 나왔는지 처음엔 관심도 없었는데 어느샌가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웃고 있더라고. 밤늦게 문자 오고. 찾아오고. 그러다가 내가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되려나 싶을 때쯤이면 연락 뚝 끊고. 또 대뜸 연락이 와요. 집 앞이라고.
퇴사자 썸만 즐기는 놈이었네. 어장 관리거나.
워킹맘 해외로 발령이 났는데, 출국 바로 전날 내가 연락했거든? 너무 보고 싶어서. 근데 뭐라는 줄 알아? 오늘만 날이 아니고 또 볼 거 아니냐는 거야. 비참하더라. 그 길로 완전히 마음 정리하고 지금 남편 만났지.
퇴사자 요즘 그런 애들 많아. 오죽하면 내꺼 아닌 내꺼 인듯 내꺼 같은 너가 대히트쳤겠어. 진지함이란 게 통 없어.
워킹맘 내가 미쳤지. 아껴줘야 할 사명을 띤 사람처럼 굽신거렸어. 어휴, 몽키몽키몽키!
차도녀 이상하다 싶으면 딱 부러지게 말해야 해. 꺼지라고.
투잡러 오 강하다!
차도녀 지하철에서 훤칠한 남자가 헌팅 걸더라고. 첫 데이트 때 농구장에 데려갔는데 아는 데라고 공짜로 들어가는 거야.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 막 끌리더라고. 근데 두 번 만나더니 청소하러 집에 오래. 웃기지 않아? 내가 가사도우미야? 청소 잘하게 생겨서 만나자는 거야? 그래서 다시 보지 말자고 했지.
퇴사자 쓰레기더미에 처박혀야 돼.
백수 근데 난 좀 남한테 강하게 말 못하겠어. 그쪽도 귀한 집 자식인데.
차도녀 야, 그런 거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 내 인생인데 뭐하러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시간 낭비해? 소개팅 나가서도 서로 아닌 것 같으면 빨리 빠빠이 하는 게 윈윈이야.

퇴사자 쿨하네, 반대로 혹시 일하면서 찌질하게 울어본 경험들은 없어?
워킹맘 대학 때 인턴으로 일하는데 진상고객이 워낙 난리를 쳐서 눈물이 막 쏟아지는 거야. 사무실에서 보이기가 너무 부끄럽고 싫어서 온 동네 골목을 걷고 다니면서 울다 들어왔어. 근데 돌아다니면서 울었다고 또 혼내더라. 나중엔 달래줬지만.
퇴사자 아이고, 병 주고 약 주네. 난 거래처 직원한테 욕한 적 있어! 워낙 싸가지가 없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전화로 막 와다다다다 해서 속으로 '식빵 진짜'라고 생각한 게 음소거가 안 된 거야. 하마터면 그날로 옷 벗을 뻔했지 뭐.
백수 헐! 어떻게 됐어?
퇴사자 모르쇠로 일관했지.
투잡러 진상 진짜 많아. 나 예전에 일했던 병원은 바쁘고 시설도 별로라서 허리 사진 찍을 때 누워서 바지만 내리고 위에다가 수건 덮고 찍었거든, 큰 수건. 근데 어떤 아저씨가 팬티까지 같이 내리는 거야. 변태인 줄 알고 "어머 여기서 이렇게 벗으시면 어떡해요!" 하고 소리 질렀는데 그 아저씨가 “니 년이 벗으랬잖아!” 하더니 느닷없이 혁띠로 때리는 거야. 진짜 너무 억울해서 계속 울면서 일했지. 슬픈데 환자는 계속 들어오니까 또 찍어야 하고…
퇴사자 말도 안 돼! 그런 쓰레빠 같은 일이 다 있냐.
워킹맘 너도 거시기를 때려버리지 그랬어.
투잡러 너무 서러워서 오늘만 일하고 그만둬야겠다 싶었는데 5년짜리 적금 들어놓은 게 생각나는 거 있지, 그 와중에.
백수 더 슬프다. 월급의 노예. 월급은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갈 뿐.
워킹맘 아 참, 백수 너는 직장 구하고 있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몽키 많다.
투잡러 몽키 불변의 법칙이지. 어느 집단이든 일정한 양의 몽키는 있기 마련이다!
백수 안 그래도 걱정돼. 나 예전에 일했던 데서 메인 피디 완전 쌍몽키였잖아. 현장에서 잘 안 풀리면 사무실에 와서 다~ 풀고. 하루는 뭐가 성에 안 찼는지 섭외 전화하고 있는데 다리 꼬고 앉더니 내가 하는 말마다 꼬투리를 잡잖아. “저 봐, 저 봐 저렇게 하면 안 되지~ 저러니까 문제지” 하면서. 모욕감과 억울함이 치솟더라고. 화가 나서 대들었더니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피디한테?” 하면서 쏘아붙이더라? 그러더니 미친년! 이러더니 나가는 거 있지.
워킹맘 미친년이라니.
백수 너무 어이없으니까 손이 벌벌 떨리더라. 그만두는 날에 따로 부르더니 이 바닥 얼마나 좁은지 모르냐더라고.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피디 은따에서 왕따가 됐대.
퇴사자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진짜.
워킹맘 난 반대로 새로 들어온 신입이 무개념이야. 사람에 따라서 말이 얼마나 바뀌는지, 10분 만에 주량이 세 번이나 바뀌더라. 처음엔 두 병이었다가 그담엔 한 병, 남자 직원이 물어볼 때는 반병. 어이없어서.
투잡러 이미 술에 취한 거 아냐? 왔다리 갔다리 하네.
투잡러 진짜 취했을 때는 괴성을 지르면서 놀던데? 우리 팀 사람들끼리 의리주 마시면서 부르는데도 들은 척도 안 하고 다른 팀에 가서 놀더니 만취해서 와서는 다 자기보다 선배밖에 없는데 반말이나 찍찍하고.
차도녀 헐, 반말을 해?
투잡러 아 걔 상대도 하기 싫어. 일할 때도 찬찬히 지켜봤더니 인성이 글렀어. 똥오줌 못 가리고 아무 말이나 막 하고. 일도 못 하고. 술이나 곱게 먹던지.

퇴사자 아직 철이 없어 그래. 첫 회식 때 생각난다. 상무님이 말아준 소맥을 넙죽넙죽 다 받아 마시고는 취한 줄도 모르고 닌텐도 꺼내서 ‘쿠킹마마’하려다가 풀썩 쓰러져서 잤잖아.
워킹맘 난 지점장님 앞에서 막춤 춤. 울라울라, 울라울라.
백수 난 대학 때 별명이 ‘꽐람’이었어. 주위에 술 잘 마시는 사람들도 많고, 나도 좋아하고. 대학교 1학년 때 무서운 4학년 언니가 있었거든.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따르더니 젓가락으로 맥주를 한 방울 톡 떨어뜨리더니 “자, 마셔. 쏘맥.” 이러시는 거야. 밤새 변기통을 붙잡고 사경을 헤맸지. 그게 수많은 몽키짓의 신호탄이었어.
투잡러 글 쓰는 사람들이 술을 좋아해서 그런가. 난 대학 때 술을 마시다가 학회장 오빠가 태워다준다고 해서 학교로 돌아가는데 문이 잠긴 거야. 그래서 담을 넘어서 학교 안에 들어갔지. 오빠 차에 앉아서 둘이서 ‘운전을 해도 될까, 대리를 불러야 하는 건가’ 한참 고민했어. 그냥 술을 더 마시자고 하고 다시 담을 넘어서 나왔어. 어차피 학교 문은 잠겼는데 차가 어떻게 나와?
퇴사자 술 취해서 개뻘짓했네.
투잡러 근데 진짜 막시무스는 그 뒤에 있지. 길에서 어떤 선배를 만나서 좀 더 마셨거든? 우린 이제 집에 간다고 일어났는데 더 놀자고 막 붙잡더라. 근데 다른 선배가 갑자기 아스팔트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형 내가 이렇게 빌게. 얘들은 보내줘.” 라는 거야. 앞에 있던 선배가 같이 무릎을 꿇으면서 “형이 미안하다.” 둘이서 부둥켜안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또라이들이다 혀를 쯧쯧 차고 집으로 왔지.
백수 아 술 얘기 하니까 술 생각난다. 날도 쌀쌀한데 뜨끈하게 한잔 하러 갈까?
투잡러 오늘 꽐람 스토리 또 나오는 거 아냐?
백수 아니아니, 아니 되오. 새해부터는 우아하고 조신하게 살 테야.
퇴사자 그럼그럼! 발레 하는 마음으로 엣지 있게!
워킹맘 오늘의 몽키짓을 내일까지 기억하지 말라. 몽키 같으면 좀 어때. 그것조차 내 모습의 하나려니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들 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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